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플랫폼은 이미 옷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다. 대신 셀러들에게 좋은 구좌를 비싼 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비싸고 잘 보이는 자리에 걸린 옷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또다시 소비하는 굴레에 빠진다. 소비자를 모아 판매자를 모으고, 판매자를 모아 소비하게 하는 플 랫폼. 그 안에서 수요와 공급은 시작과 끝의 구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원히 순환한다. 또 다시 물건이 존재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를 해야 물건이 존재하는 구조가 갖춰지는 것이다.

🔖 80억 인구가 매년 옷 800억 벌을 구매하는 기이한 현상을 멈추지 못하면 우리는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인류가 건강한 상태로 지속되지 않으면 패션산업도 건재할 수 없다. 인류와 패션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새 옷의 공급량과 판매량을 줄여야 한다. 기업이 판매한 섬유 쓰레기를 수거해 새로운 옷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적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 결국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생산량을 보수적으로 조절하고, 재고 또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옷으로 옷을 만들고 전체 공급량도 줄이게 된다면 지금껏 패스트패션이 만들어낸 문제점이 조금씩 해결될지도 모른다. 산업이 망하고 모두가 일자리를 잃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방식을 향해 나아갈 때, 예를 들어 헌 옷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등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직군이 새롭게 탄생해 고용을 창출해낼 수 도 있다.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는 사람들이 고용 축소 등을 우려해 소비를 멈추는 것일 텐데, 더 늦기 전에 업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패러다임을 새로이 만들어내야 할 때다.